가족 투병 이야기/대장암, 직장암, 장루

아버님 직장암 투병을 함께하는 가족

진짜웰니스 2022. 1. 25.

암환자인 가족의 투병을 옆에서 보거나, 암에 걸린 가족을 간병하는 일은 쉽지 않은 길입니다. 암환자를 간병하고 돕는 가족들의 삶도 암환자 만큼이나 처절하고 피폐해집니다.

 

암환자 보호자의 삶

서울대학교 병원을 다니면서 보호자와 싸우는 환자의 모습을 종종 목격합니다. 나도 좀 살자고 울면서 엄마에게 말하는 딸의 모습도 보았고, 너는 네 몸만 신경쓰면 되지 않냐고, 나는 죽겠다고 욕하면서 소리치는 보호자도 보았습니다.

간병, 암환자의 가족

그래도 아픈 환자가 제일 고통스럽다고 말씀하시겠지요. 하지만 보호자도 똑같이 고통스럽습니다. 환자의 투병을 돕는 가족들의 삶은 실제로 망가집니다. 우울증에 시달리고 몸도 아픕니다. 생계를 포기하고 간병하는 가족들도 많습니다.

가족들은 아픈 환자를 씻기고 환자가 먹을 약을 챙기고 운동이 필요하다면 환자의 운동도 챙깁니다. 간단해보이시나요? 직장암&대장암 3기인 아버님을 남편이 씻기기 위해서 몇 시간, 혹은 며칠을 설득해야 합니다. 암환자는 고통스러우니 움직이기 싫고 보호자는 암환자의 청결이 중요하니 씻겨야합니다.

암환자를 위해, 수술 후 청결을 위해 씻기더라도 그 과정에서 욕이란 욕은 다 듣습니다. 아프다고 내시는 짜증도 다 듣습니다. 심지어 샤워 후에 더 아프다는 역정도 들어야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도 남편은 끊임없이 아버님을 보고 수고했다, 잘하셨다, 할 수 있다고 독려합니다. 

 

암환자인 아버님을 설득하는 삶

저번 주 아침 10시에 남편과 함께 아버님을 모시고 서울대학교 병원에 가려고 본가에 갔습니다. 병원에 왜 이렇게 일찍가냐 욕부터 먹습니다. 예약 시간에 우리는 마음이 급한데 아버님은 아프시다고 못 움직이겠다고 역정을 내십니다.

계속 통화중인 간호사실에 전화를 백 번 합니다. 겨우 연결이 되었습니다. 외래에 한 시간 늦게 도착을 할 것 같다, 죄송하다 연겨푸 말합니다. 늦게 갔으니, 당연히 더 기다려야 합니다.

병원 도착 후 피검사도 있다고 말씀드리니 왜 또 피를 뽑냐고 화부터 내십니다. 피를 뽑고 물 한 잔 드시라고 해도 기여코 물을 안드십니다. 밥도 식당밥 싫으시다고 안드십니다. 그리고는 기력이 없다고 짜증을 내십니다. 수술이 잘못 된 거 아니냐, 왜이렇게 아프냐, 괜히 수술했다……

오후에 다른 외래도 있으니 기다려야 한다고 하면 또 짜증부터 내십니다. 그렇게 또 기다리면서 짜증을 듣습니다. 겨우 외래를 보고 댁으로 모셔다드리니 저녁입니다. 신발을 신으며 현관에서 나가려는 순간, 겨우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를 듣습니다. 

 

보호자의 생계, 바람

암환자를 간병하는 가족도 고통스럽습니다. 아버님도 챙겨야하고, 어머님도 챙겨야합니다. 그리고 우리 미래를 위해 생계에도 신경써야 합니다. 이제 시작인데 많이 힘듭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고통이 보람으로 바뀌길, 아버님의 병환이 차도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 곳은 직장암(pT3d, pN2b)으로 고생하시는 아버님(서울대학교 병원)과 그 아버님을 간병하는 가족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부디 날카로운 이야기는 잠시 접어주시고 따뜻한 말씀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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