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투병 이야기/당뇨, 간암, 방광암, 사구체신염

간암에 걸린 아버지는 매주 대학병원에 간다.

진짜웰니스 2022. 12. 18.

   15년 정도 매일 인슐린을 맞으시는 아버지는 11월 말 다시 간암 환자가 되었습니다. 간암 발병만 4번이니 3번 재발한 셈입니다. 간암이 재발하는 지난 세월 동안 방광암 제거 수술도 2번 받았고 신장조직검사도 받았습니다.

 

블로그에 아버지 건강을 기록하는 일이 정확하게 누구를 위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와 비슷한 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분과 가족들을 위한 공유일 수 있고, 자식으로서의 도리, 헌신하는 어머니를 향한 찬사일 수도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남은 시간을 기록하는 일입니다. 

 

간경변의 함정

아버지는 간경변을 30년 넘게 앓아오셨습니다. 가족 모두 아버지의 간암에만 집중했습니다. 아버지 스스로도 간암이 재발되어도 고주파 수술을 통해 암이 간단하게 제거되었기 때문에 간암만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하셨지요. 하지만 간암과 방광암이 재발되는 동안 간경변은 계속 진행되었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올해 처음, 간에 복수가 찼습니다. 이후 간암이 재발된 것을 발견했고 이번에는 고주파로 암을 제거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간경변으로 아버지는 간암이 재발된 부위를 절제할 수 없다고 의사 선생님은 말했습니다. 그리고 간암을 최초 진단받은 이후 처음으로 의사 선생님은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간을 이식해 줄 자제분이 있습니까?
간이식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대로 살다가 가겠습니다.

간이식에 대한 아버지의 생각은 확고했습니다. 엄마도 줄 수 있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거절하셨지요. 제가 검사라도 해보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엄마가 확고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아 지금까지도 비실하고 자주 아픈 제 스스로가 참 부족하고 한심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간이식은 하지 않는, 간 절제는 불가능한 간경변, 간암 환자인 채로 지내고 있습니다. 

 

4번째 간암 절제는 색전술

이번 간암은 색전술로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간경변이 너무 오랫동안 진행되어서 멀쩡한 간이 없으니 간 절제는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간이식은 아버지의 옵션에 없습니다. 간암 담당 교수님은 색전술로 암을 제거했습니다. 고주파로 간암을 제거하지 못한 이유는 이번 간암의 위치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혈관이 너무 많은 곳이어서 고주파 수술이 불가능했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복병, 사구체신염

간 복수만 빠지만 모든 것이 해결 될 줄 알았습니다. 간 복수가 빠진 후에도 몸에 붓기가 남았습니다. 몇 주 약을 먹었지만 단백뇨 수치, 알부민 수치에 큰 호전이 없자 소화기내과 간 담당 교수님은 신장내과에 협진을 요청했습니다. 신장내과에서는 신장조직검사를 해야 정확한 병명이 나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혈액검사와 요검사로 신장에 이상이 있는 것은 분명했지요. 

 

신장조직검사 일정을 잡아야 했지만 그 사이 아버지는 11월에 방광암 BCG 주사를 맞아야 했습니다. 네. 복잡합니다. 의사 선생님들도 아프신 곳이 많다고 하십니다. 허허... 신장조직검사 일정이 연기되었죠. 암 치료가 먼저입니다. 방광암은 재발되기 쉬운 암이고 수술 후에 후유증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맞아야 하는 12월 BCG 주사는 결국 취소되었습니다. 방광암 담당 교수님은 BCG 주사를 맞고 바로 신장조직검사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사이 방광암이 재발되더라도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었습니다. 

 

결국 12월 아버지는 신장조직검사를 통해 사구체신염을 진단받았습니다. 참고로 신장조직검사는 2~3일 입원해서 진행해야하는 검사입니다. 나중에 신장조직검사에 대해 자세히 쓰겠지만 신장조직검사는 옆구리에서 바로 신장으로 바늘을 집어넣어 신장 조직을 꺼내는 검사입니다. 아버지는 혈소판이 부족해서 신장조직검사 전에 수혈도 받았습니다. 

 

사구체신염을 치료하기 위해서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하는데 면역억제제는 말 그대로 면역을 억제하기 때문에 암세포를 증식시킬 수 있습니다. 신장내과 교수님에게 아버지는 조심스럽고 조심스러운 환자입니다. 결국 아버지는 이뇨제와 알부민 과립만 드시고 계십니다. 

 

매주 대학병원에 가는 아버지

2022년 올해 아버지의 병원 진료 횟수를 보니 40번입니다. 거의 매주 대학병원을 가신 셈입니다. 11월에는 신장조직검사를 받느라 입원을 했고 12월에는 간암 색전술로 입원을 했습니다. 가끔 엄마가 동행했지만 대부분 아버지는 혼자 대학병원을 갔습니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세상을 사시는 분이지요. 하지만 가을부터는 늘 엄마와 함께 대학병원을 갑니다. 당뇨가 있는 상태에서 간에 복수가 차고, 몸이 붓고, 간암은 4번째 재발, 방광암은 치료 중, 사구체신염까지 있으니 아버지는 엄마 껌딱지가 되었고 엄마는 아버지의 보호자이나 간병인이 되었습니다. 

 

늘 스스로 관리하셨던 아버지는 이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만나야 할 대학병원 의사선생님도 많아졌습니다. 평생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인 줄 알았는데 평생 드셨던 술은 3달 전 복수가 찼다는 소리를 듣고 끊으셨습니다. 끊을 수 있던 술이었다 생각하니 괘씸하고 억울하지만 그래도 아버지, 아빠이니 과거에 대해 비난하지 않고 현재 치료를 응원합니다. 아, 아버지는 B형 간염에 의한 간암 발병이 아닌 알코올에 의한 간암 발병입니다. 허허허...

 

마무리

나중에 어떻게 간에 복수가 찬 걸 알게 되었는지, 사구체신염 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쓸 예정입니다. 복잡하고 복잡한 아버지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멀리 살아서 함께 병원에 가진 못하지만 거의 매일 아버지 컨디션을 체크하고 아버지의 투병을 함께하기에 자세히 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기록해보겠습니다. 아, 아버지는 다음 주에도 어김없이 대학병원에 출근도장을 찍습니다. 허허허...

 

치료는 환자의 연령, 몸 상태, 암 위치, 기저 질환, 환자와 보호자의 성향 등에 따라 다 다르기에 어떤 치료 방법이 맞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치료는 항상 의사선생님과 상담 부탁드립니다. 이곳은 간암과 방광암, 사구체신염, 당뇨로 고생하시는 아버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부디 날카로운 이야기는 잠시 접어주시고 따뜻한 말씀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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